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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 개보수 공사 장애인 고려 아쉬워

수차례 반복을 통해 익숙해져 버린 일들에 대해 우리는 흔히 '눈 감고도 할 수 있다.'라든가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 보고 싶다.

'수 십년 다닌 출퇴근 길이라 너무나 익숙해서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눈 감고 한 번 출퇴근 해 보세요!'라고. 단언컨대 10분 미만의 출퇴근 길이라도 눈 감고 찾아올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설령 있다고 해도 어딘가 다치거나 평소의 2~3배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 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장애인에게 있어 이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비단 시각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얼마전 일하고 있는 법인에서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직업재활시설 견학과 사업설명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직원이 있었다.

사업설명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LED조명기구 생산공장을 견학하는 일정이었는데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해야 했고, 이동 과정에서 환승을 한 번 해야만 했다.

그때 휠체어를 이용하는 신입직원이 비장애신입직원들 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이동해 환승하며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 이런 상황이니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한 장애인이동권 보장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출근길에 지하철 4호선과 2호선을 이용한다. 4호선 열차를 타고 이동 중에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환승통로가 노후된 에스컬레이터 교체공사로 인해 폐쇄되었으니 5호선을 이용할 고객들은 동대문역이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2호선을 이용해 을지로4가역이나 왕십리역에서 5호선을 이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동대문역에서 내리면 을지로4가나 왕십리로 한 번에 갈 수 없는데 왜 저렇게 혼란스럽게 방송을 할까, 동대문역에서 1호선을 이용해 종로3가역을 이용하거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2호선을 이용해 을지로4가역을 이용하라고 안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신입직원 연수에 참여하며 휠체어를 이용하던 직원이 생각났다. 환승 한 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기에 다른 역을 이용해 한 두 번씩 더 갈아타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장애인도 늘 다니던 역이 아니라면 혼자서 환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환승역에서 사회복무요원 등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하는데 불편한 것도 불편한 것이지만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리게 된다. 매일 출퇴근을 하는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환승을 해야 했던 사람이라면 매일 이 어려움을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좀 찾아보았다. 일단, 7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해당 역의 환승통로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보도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3개월이 넘는 기간동안이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루 환승객만도 20만명이 넘는 역이라는데 무언가 다른 방법은 없었나 싶다. 더 찾아보니 해당 역에서 아예 환승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5호선 비상게이트를 통해 6번 출구로 나와 5번출구로 다시 들어간 후 2, 4호선 비상게이트를 이용하면 되고, 역을 빠져나와 추가 요금을 내고 다른 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것도 비장애인들에게나 수월한 일이지 장애인들에게는 결코 녹녹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한참을 더 검색해 본 후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매일 이용하는 4호선의 안내방송에서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결국 자세히 검색을 해 보지 않은 장애인들은 안내방송만 듣고 멀쩡히 환승할 수 있는 길을 놓고 몇 번을 더 갈아타가며 목적지까지 가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안내방송을 하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얌체처럼 그 방법으로 환승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몰려들어 교통약자들이 더 불편을 겪을 수 있기에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일부 행정 담당자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 발생한 문제라면 그들만 변화시키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 시민 대부분이 장애인에 대한 고려보다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행정가들이 우리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에 이런 결과가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서울시장이 한달간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서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본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지만 뭐라 평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렇게 직접 체험해 보고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한다면 휠체어를 타고, 또는 눈을 가리고 지하철도 한 번 꼭 이용해 볼 것을 요청하고 싶다.

매년 장애인의 날 즈음해서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장애체험이라며 2~3분 얼굴 비추고 마는 식이 아닌 진짜 우리들이 실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절실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 이해를 기반으로 시정을 운영하고 행정가들을 지도한다면 적어도 안내방송에 한 마디 추가하는 그 쉬운 일을 하지 않아 우리들이 더 큰 불편과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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