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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장관 “부양의무자 기준, 2년 내로 완전 폐지하겠다”

수급비 52만 원으로는 최저 생존만 가능… 현실성 없는 생계급여 인상돼야
아들에게 수급비 돌려받겠다… ‘수급포기’로 이어지는 부양의무자기준의 굴레
 
등록일 [ 2020년07월03일 19시36분 ]
 
 
 

이날 박능후 장관은 “(부양의무자기준을) 2년 뒤에 폐지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방향은 동일하다. 시간과 시기의 문제인데, 최대한 노력해서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허현덕

 

“우리는 회의를 방해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회의를 하십시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자세히 전달하고, 반영해달라고 요구를 하겠다는 겁니다. 당신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도 이렇게 철벽을 치고 막아서겠습니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봐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3일 오후 2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 회의가 열린 코리아나호텔 앞에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중생보위 참석자들에게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생계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본중위소득 인상’의 필요성을 알리고 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은 해산을 요구하며 건물 출입구를 봉쇄했다.

 

입구에서부터 막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중생보위에 참석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기본중위소득 인상을 요구했다. 박능후 장관은 “부양의무자 기준은 2년 안에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방향은 동일하다. 시간과 시기의 문제인데, 최대한 노력해서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 요청서도 기재부 측에 전달했다.

 

문애린 활동가가 중생보위 참석자들에게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생계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본중위소득 인상’의 필요성을 알리고 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은 해산을 요구하며 건물 출입구를 봉쇄했다. 사진 허현덕

 

매년 중생보위에서는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한다. 기준중위소득은 한국사회 복지제도의 수급자 선정 기준이 되며,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보장수준을 결정한다. 올해 중생보위에서는 ‘제2차 기초생활종합계획(2021~2023)’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중생보위가 열리는 동안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기초법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알려 생계급여 현실화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 “수급비 52만 원 최저생계비, 최저 생존만 가능해”

 

세븐 홈리스야학 학생은 52만 원의 생계급여 수급비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주거급여로는 월세를 내기 턱없이 부족해 생계급여 대부분도 주거비로 소비되고 있었다.

 

매입임대주택에 보증금을 걸고 살고 있는 한음 홈리스야학 학생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장애수당과 생계급여로 약75만 원을 받는데 주거비와 관리비, 생활비를 다 떼고 나면 그의 손에 남는 것은 10만 원 남짓이다. 그는 “이런 생활을 365일 반복적으로 하니 눈물이 나고 서럽다”며 “어떻게 살아 보려고 발버둥 치고 애를 써 봐도 빈곤은 나아지지 않고, (돈이) 없고 가난하면 다 이런 것인가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다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3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린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촉구했다. 한 참가자가 ‘수급비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 현실에 맞는 수급비 인상’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초법공동행동이 전국 30개 수급가구의 가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 하루 식대는 6,650원에 불과했다. 기초법공동행동은 “수급자들은 낮은 급여로 식생활, 에너지 지출 절감을 위해 일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며 “이것은 건강하지 않은 삶, 친구나 친지와의 최소한의 교류조차 스스로 단절하게 만들어 고독의 위기로 돌아오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우울감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처럼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턱없이 적은 생계급여 탓이다. 현재 생계급여는 1인 가구기준 52만 원으로, 한 사람의 성인이 한 달을 살아가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0%를 최대급여로 정하고 있는데,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지난 4년 평균 1.98%에 불과하다.

 

기준중위소득을 예산에 짜맞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준중위소득이 2017년 말부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되면서 지난해에는 기준중위소득 인상이 예상됐지만, 정부는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혼합했다”며 “이로써 2.94%라는 낮은 인상률을 결정했다. 논리적 근거도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 연락도 안 하는 아들, 딸 있다고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평생 시장과 노점에서 재봉틀 노동을 했던 임 아무개 씨는 지난해 7월 수급신청을 해 수급자가 됐다. 그런데 올해 초 수급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 소득이 많다는 이유였다. 아들은 결혼해서 따로 살고 오래전부터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임 씨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구청에서는 나에게 준 수급비를 아들에게 청구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아주 섬뜩했다”며 “구청직원도 열이면 여덟은 수급을 포기한다고 그랬다”고 토로했다.

 

현재 임 씨는 주거급여와 노령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주거급여는 고시원비로 나가고, 노령연금 30만 원에서 수술비와 생활비로 빌렸던 돈에 대한 이자를 빼면 15만 원 남짓 남는다. 그는 “저는 올해로 75세다. 구청에서는 방 한 칸 마련해주고, 생활비, 병원비 준다더니 안 준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참가자가 ‘연락 안 하는 엄마 있다고 수급자 안 된다고 한다. 모든 걸 다 바꿔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처럼 부양의무자기준은 가족과의 단절을 증명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수급 신청자에게 치욕을 안기고 있다. 또한 부양의무자기준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의 비수급빈곤층이라는 사각지대를 형성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공감하며 여러 차례 폐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주거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완화조치만 이뤄졌다.

 

이러한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조치는 빈곤을 해결하지 못 했다. 기초법공동행동의 자료에 따르면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후 31%의 수급자가 증가했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1% 내외로 수급자가 늘어났을 뿐이었다.

 

이형숙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2017년 박능후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매년 만나서 약속을 다짐받았다”며 “오늘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가난해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세상이 와야 한다”며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와 생계급여 인상을 재차 강조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피켓을 건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중생보위가 열리는 동안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알리고 생계급여 현실화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사진 허현덕

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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