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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예산에 가로막혔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도 소득·재산 조건… 의료급여는 언급 안 해
“부양의무자기준·장애등급제 완전한 폐지 위해 기재부 향한 투쟁 계속할 것”
 
등록일 [ 2020년07월15일 17시33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 3대적폐폐지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15일 오후 2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주지 근방인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예산쟁취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홍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장애인들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집 앞에 모여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 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15일 오후 2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주지 근방인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예산쟁취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운 공약이었다. 장애계는 지난 2015년 여름부터 광화문 지하도에서 1842일간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광화문 농성’을 벌였고, 2017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농성장에 찾아와 폐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시행했지만 예산에 짜 맞춘 점수제로 교체되었을 뿐, 장애인 중심의 필요와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도 단계적 완화조치만 이뤄졌다. 박능후 장관은 장애계와 여러 차례의 만남에서 ‘2년 내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하겠다’고 약속해왔지만 현재 교육급여(2015), 주거급여(2018)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 생계급여에서는 기준 완화조치만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을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고소득·고재산가 제외’라는 단서를 달면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전장연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 진짜 폐지를 위해서는 2020년까지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안도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연증가분 예산만 증액되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기획재정부가 가로막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고작 2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가 부양의무자기준과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폐지하려 해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충분히 내놓지 않아서 어렵다고 한다”라며 “이로 인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거나 죽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부양의무자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생계급여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한다고 하면서도 ‘고소득·고자산가는 제외’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며 “올해 ‘중증장애인에 대한 생계급여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내용을 뜯어보니 ‘부양의무자의 월 소득이 800만 원이거나 재산이 9억 이하일 경우’라는 단서가 걸렸다. 이로 인해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수급에서 탈락했다”라며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홍남기 장관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이곳에는 장애가 있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평생 근처에도 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처음 광화문 농성에 들어설 때도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그때도 국가는 돈이 없고 시기상조라며 정책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우리가 싸운 결과 완전하지는 않지만 생계급여에서라도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한다”라며 “이제는 의료급여가 남았다. 장애인들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의료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최근 화성시가 형평성을 핑계로 최대 월 192시간까지 지원하던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시간을 30시간으로 삭감해 최중증장애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더군다나 화성시가 이번 정책변경의 근거를 ‘장애등급제 폐지’로 들면서 앞으로 종합조사를 받는 모든 장애인에게 월 최대 30시간의 시 추가만 할 것을 공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북례 화성동부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난 13일 서철모 화성시장과 면담을 했지만, 뇌병변장애아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부모 앞에서 장애인은 부모나 가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망언을 했다”라며 “중증장애인들의 활동지원 시간이 줄이고 경증장애인에게 주는 것을 보편적 복지라고 한다. 장애인을 편 가르기하고, 장애등급제 폐지의 목적과 상반되는 정책을 이행하고 있는 화성시를 향해 집중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강북례 화성동부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목에 걸고 경찰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피켓에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하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이가연

지민주 문화노동자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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