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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모 화성시장, “가족이 있는데 왜 국가가 장애인 돌보나” 망언

개인 페이스북 생중계로 중증장애인·부모에 대한 차별 발언 쏟아내
중증장애인·가족 생존 위기 닥쳤지만, ‘돈 많이 든다’며 강행 의지
 
등록일 [ 2020년07월17일 00시21분 ]
 
 

서철모 화성시장. 사진 화성시청 홈페이지

“왜 가족이 있는데 국가가 장애인을 돌보냐.”

 

“부모가 어느 정도 재산 있으면 활동지원 일체 중단할 것”

 

“부모가 버리고 간 아이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장애인)보다 훨씬 불쌍하다.”

 

“(장애인의) 부모가 독거나 와상이면 모르겠는데, 부모가 안방에서 잠자기 위해 활동지원사를 밤에 24시간 붙이는 게 과연 정의로운 나라인가. 저는 거꾸로 이것을 전국에 확산시키고 싶다. 지금도 그래서 생중계 하는 거다.”

 

“어떤 분은 (활동지원에 세금을) 8천만 원씩 지원받는다. 그분은 밤에는 자야 한다고 해서, 활동지원사가 가서 뒤집어주고 보기 위해서 세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국가인가’라는 이의제기에서 (이 정책이) 시작됐다.”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 시간을 더 받는 것에 대해) 누구나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콩 한 쪽 있어도 나눠 먹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람만 다 먹고 있는 구조다. 사회의 가치와 정의의 문제에서 벗어난다.”

 

“(자영업을 하며 뇌병변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 두 분이 자영업해서 한 달에 천만 원 벌기 어렵다. 그런데 이 자녀의 활동지원으로 세금 천만 원을 주고 있다. 그럼 방식을 바꿔야한다.”

 

시장의 ‘시정 철학’은 얼마나 중요한가. 위의 발언들은 서철모 화성시장이 한 시간 만에 쏟아낸 말이다. 그는 장애인 차별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화성시가 8월 1일부터 시행하려는 활동지원 시 추가 지원 삭감 개악안은 서 시장이 면담 내내 보인 편협한 ‘시정 철학’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었다. 

 

화성시는 지난 6월 16일, 활동지원을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형평성을 도모한다며 지원 대상자를 확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대상자는 169명에서 1,176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예산은 고작 10억을 증액한 43억 원을 편성해 장애인 1인당 예산이 크게 줄게 되었다. 문제는 활동지원 시 추가 시간이 월 최대 192시간에서 30시간으로 삭감되면서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 24시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 대상자는 91명이며, 현재 화성시가 내세우는 기준으로는 앞으로 10명가량만 24시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나머지 80명은 활동지원시간 삭감으로 하루 4~5시간의 활동지원 공백이 생긴다.

 

정책 변경 소식에 지난 6월 29일, 중증장애인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화성시청을 찾았으나 화성시는 이들이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엘리베이터의 전원을 차단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성사된 면담은 지난 13일, 서 시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생중계됐다. 서 시장은 “전국에 이 문제를 알리고 확산시키기 위해 생중계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영상에서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을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보는 편견과 차별적 시선, 시정책임자의 제도에 대한 무지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장애인 차별 없는 사회 만들겠다’면서 부정수급자 취급

 

서 시장은 “장애인이 차별과 편견 없이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시정 철학”이라고 강조하며 활동지원 시 추가자 전수조사가 시작된 계기를 밝혔다. 서 시장은 지난해 말, 한 화성시민으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장애 1급이라고 밝힌 시민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데, 어떤 장애인들은 활동지원 시간이 많은 게 의아하다고 이의제기했다. 서 시장은 이 편지를 계기로 시 추가 지원자 169명의 기록지를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다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시민들이 들으면 놀랄 거다. 한 명의 장애인이 시민의 세금으로 1년에 1억 원 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어떤 분은 활동지원사가 가서 뒤집어주기 위해서 세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과연 이것이 장애인에 차별과 편견이 없는 국가인가”라며 활동지원에 들어가는 세금을 강조했다. 활동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부정수급자로 여기는 전형적인 태도다. 더욱이 여기서 말하는 1억 원은 화성시 예산이 아닌, 국비와 도비를 합친 것인데 마치 화성시 예산만 1억 원이 드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정부의 활동지원제도 자체에 의문을 품은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화성시는 이번 활동지원 시간 삭감으로 인한 대안으로 ‘야간순회서비스’를 제시한다. ‘야간순회서비스’란 순회돌보미가 2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대상자 가구를 2~3회 방문해 체위 변경과 약물 복용을 돕거나 응급상황 발생여부를 점검하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서 시장을 비롯한 화성시는 중증장애인이 한밤중에 홀로 있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야간 시간에 낯선 사람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화성시에서 쉽게 말하는 ‘뒤집어주기’와 ‘지켜보기’가 중증장애인에게는 목숨과 연결된다. 또한 야간순회서비스로는 이들의 목숨을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은 셀 수도 없는 중증장애인 죽음으로 증명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중증 뇌병변장애인 고 김주영 씨는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야간에 홀로 집에 있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당시 불이 난 뒤 터치펜으로 직접 119에 신고하고 10분 만에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끝내 다섯 걸음에 불과한 거리를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2018년 사망한 권오진 씨는 과거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정비방안’으로 인천시 추가 지원이 줄어들면서 현재 화성시의 입장처럼 그 공백을 야간순회서비스가 채웠다. 실제 ‘야간돌보미’가 매일 새벽 세 번 그를 방문했지만 욕창을 관리해야 하는 그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오히려 안정적인 수면을 방해했다. 결국 그는 건강이 점점 악화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지난 13일, 오후 2시 화성시청에서 열린 서철모 화성시장과 화성시 장애인들과의 면담이 이뤄지고 있는 장면. 서철모 화성시장 페이스북 동영상 캡쳐.
 

- 활동지원제도 의미조차 모른 채 가족 책임만 물어

 

서 시장은 면담에서 거듭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자녀를 돌보기 위해 대기업을 그만둔 부부를 만났다면서 “그들은 이번 정책을 급하게 시행해서 당황스러웠지만, (활동지원 시간을) 줄이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왜 가족이 있으면서 가족이 돌보지 않고 국가가 지원해주면서 돌보냐고 말했다”라며 돌봄 책임을 장애인 가족에게 물었다.

 

서 시장은 장애인의 부모가 잠을 자기 위해 활동지원사를 쓴다고 비난했다. 그는 “(화성시에서) 제일 많이 활동지원 시간을 쓰는 장애인에게 1년에 1억 1,192만 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그 부모가 독거나 와상이면 모르겠는데, 부모가 안방에서 자기 위해서 활동지원사를 24시간 붙이는 게 과연 정의로운 나라인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나아가 서 시장은 앞으로 화성시 장애인 활동지원 정책 TF를 만들어, 활동지원을 받는 장애인들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장애인의 부모가 일정 재산이 있을 시에는 활동지원을 일체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는 부모와 가족의 재산을 연동할 생각이 명확하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서 시장의 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가족의 소득과 상관없이 인간다운 최소 생활을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정부 입장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에서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급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자립생활뿐 아니라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면담에서 이경희 화성장애인야간학교 교장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잠도 못 자고,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녀만 봐야 하냐?”고 묻자, 서 시장은 말을 바꾸어 “저도 국가에 함께 해달라고 하겠다”라며 “그런데 점점 화성시가 (활동지원을) 늘리고 있어서,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애인과 그의 가족을 부정수급자로 깎아내리면서까지 정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지자체 예산 삭감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지난 16일에도 장애계는 서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는 시장실 복도 앞에 있는 장애인 활동가들을 향해 행정처분을 하라고 소리쳤다. 게다가 17일, 서 시장은 개인 페이스북에 이번 정책을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화성시 복지부와도 논의되지 않은 내용을 독단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그에게 장애인은 그저 ‘돈’일 뿐인가. 현재 서 시장의 편협한 ‘시정 철학’이 전국으로 퍼질 것을 우려한 장애인 활동가들은 화성시장실 앞에서 16일부터 무기한 농성 중이다.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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