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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애인이라고 교통사고 위자료 ‘반값’ 판결

1, 2심 법원, ‘장애 이유’로 교통사고 위자료 ‘절반’ 판결
교통사고가 장애 때문? ‘기왕증’, ‘기왕장해’로 목숨 가치 저울질


등록일 [ 2020년08월06일 14시36분 ]




6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통사고 위자료를 반으로 판결한 법원을 규탄하고, 대법원의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 사건법률대리인인 박병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장애계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통사고 위자료를 절반으로 판결한 법원을 규탄하고, 대법원의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 6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과 대법원을 향해 장애인 차별 판결을 바로잡기를 당부했다.
지난 2017년 휠체어 이용 장애인 김 아무개 씨가 화물차에 치어 사망했다. 이에 김 씨의 유가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아래 법원)에 사고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 10월 법원은 김 씨 5천만 원, 유가족에게는 1천만 원의 위자료를 선고했다. 그런데 이는 현재 법원이 정한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1억 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욱이 법원은 1심 판결문에서 위자료 판단의 근거를 ‘기왕장해(기존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장해)’ 등의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장애를 이유로 기준 금액의 반만 인정한 것은 차별이라며 1심 판결에 항소했지만, 항소심에도 ‘기왕장해’라는 말만 삭제한 채 같은 판결이 나왔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 7월 23일부터 대법원에서 심리를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심리를 통해 하급심으로 보내거나 판결을 확정하게 된다.
사건법률대리인인 박병철 변호사는 “장애인의 목숨 가치를 부당하게 판결한 1심 판결과 이를 덮기에만 급급했던 항소심의 판결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인데, 교통사고 사망 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다를 수는 없다. 현재 법원의 판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목숨 가치가 다르다는 의미로,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왕증(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이나 ‘기왕장해’는 장애인이 보험과 관련한 보상을 받을 때 흔히 접하는 단어다. 보험사들은 장애인들에게 사고와 아무 관련도 없는 ‘기왕증’을 들먹이며 보상금액을 깎거나 회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몇 년 전 발달장애아동이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자 보험사는 비장애아동의 1/2에 불과한 보험금을 책정했는데, 보험사는 발달장애아동이 어른이 됐을 때 생산력이 낮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낮게 책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에도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례는 드물다.
6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통사고 위자료를 반으로 판결한 법원을 규탄하고, 대법원의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그런데 이번에 법원에서마저 ‘기왕장해’라는 말로 사실상 장애인을 차별해도 된다고 판결함으로써, 보험사들의 장애인 차별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 아무개 씨는 이러한 연쇄 차별을 우려해 소송을 이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 누이는 중증지체장애인이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7개월간 고생하다 사망했습니다. 이후 보험사와 유족 위로금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유린과 차별에 분노를 금할 수 없어 법에 호소하게 됐습니다. 법은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원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패소하게 되면서 재판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앞으로 누군가 누이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이번 판결이 본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대법원에 상고하게 됐습니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대법원에서 바로 세워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장추련은 법원이 스스로 정한 위자료 기준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르게 적용한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짚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법원의 차별적 판단은 보험사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보상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는 매우 위험한 판결이다”라며 “이번 판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당연함을 법원이 나서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보험사가 장애를 핑계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때 공정하고 단호하게 판결해야 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라며 “사기업의 횡포에 눈물 흘리는 장애인들이 법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도록, 어떤 핑계와 변명도 장애인의 차별에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현명한 판단을 대법원이 내리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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