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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면 안 된다’, 알면서 왜 차별금지법 반대해?

차별, 받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아! 근데 왜 나중에?
“에구, 다 똑같은 사람인데... 차별하면 안 되죠”
장애인 인권에 관한 교육을 하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는 말이다.
실제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차별 사례들을 이야기할 때면 반응은 조금 더 다양해진다. ‘차별은 나쁜 것이고 그래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상식인데, 세상에 아직도 이런 차별들이 존재하다니…’하는 생각에 놀라고, 분노하고, 안쓰럽다는 눈빛부터 ‘그래도 중증장애인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지 않나’라는 혼란스러운 표정까지. 사람들은 ‘차별 반대’라는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지만, 차별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정도와 범위는 각기 다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입주 거부 사례를 가지고 무엇이 문제인지, 만약 내가 사례에 나오는 이웃주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하면 반응은 또 달라진다. 성소수자나 HIV/AIDS 감염인, 난민 등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나와 동등한 동료로서 인권을 보장받으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비슷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문제로 자각할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순간, 적극적이던 반응은 사라지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경우도 많다.
사뭇 다른 반응을 마주할 때면 이 간극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차별하면 안 된다’라는 대명제에는 동의를 하는 것 같지만, 각자가 ‘차별해도 되는 사람과 차별하면 안 되는 사람’에 대한 허용의 수위가 다른 것인가? 그렇다면 허용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니, 그 허용은 누구의 기준인가? 인권이 허용의 문제인가? “차별은 하면 안 되지만 동성애는 반대한다”라는 말장난 같은 이 모순이 존재하는 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은 허공을 맴도는 허상일 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적힌 버스 모형. 사진 강혜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차별은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 또는 특정한 이들이 받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문제가 아니거나, 자신의 문제이고 싶지 않다’는 인식과도 마주하게 된다. “각자 차별받은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라는 제안에 선뜻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 차별인지, 차별에 대한 감각이 아직 민감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나 또한 인권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겪는 일들은 내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 차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차별은 특정한 누군가만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성별, 나이, 장애 여부, 출신 지역 또는 국가, 학력, 용모 또는 신체조건, 혼인 여부,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병력이나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 개인이 가지는 정체성이나 조건에 따라 위치나 경험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차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이다. ‘인권은 보편적 권리이고, 누구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이 차별을 받는 대상이 되거나, 차별을 하는 주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나중에”라고 말하는 것일까? 도대체 누구의 합의가 필요한 것일까?




지금 당장, 왜 차별금지법 제정인가
현 사회가 누구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는가에 따라서 개인이 가지게 되는 사회적 권력과 위치는 상대적으로 다르게 작용한다. 차별은 근본적으로 당신과 내가 동등한 존재로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부정하고, 상대적으로 가지게 되는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타인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소수자들이 겪게 되는 차별은 입주 반대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이나 사건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없는 존재’ 또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일상 안에서 경험된다. 존재를 드러낼 수 없거나 일상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차별은 일상이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상이기 때문에 차별은 더 가시화되기 어렵다.
내가 활동하는 장애여성공감 사무실과 집 근처는 로데오 거리로 수많은 음식점과 상가들이 즐비하지만,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리번거리며 주변 맴돌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간혹 접근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건물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없던 턱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장애인과 동료로서 일상을 나누고 싶다면 필요하지 않은 턱은 당초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경사로는 필수적으로 설치되지 않았을까. 얼마 전에는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에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이를 거부당하거나 심지어 어렵게 설치한 광고판이 훼손된 사건을 접하기도 하였다. 이미 일상을 함께하고 있는 존재를 부정하고 감출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가지는 이 섬뜩한 사고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휠체어 탄 장애여성이 턱에 가로막혀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만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세상에는 수많은 정체성과 다양한 삶의 형태들이 존재하고 이는 서로 교차하며 상황에 따라서 다른 위치에서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장애여성인 나는 비장애/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놓이기 쉽지만, 한국인으로서 이주민보다는 훨씬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된다면 나는 이주장애여성으로서 또 다른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렇듯 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조건에 따라 사회적 특권을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수자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차별을 하는 사람과 차별을 받는 사람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무엇에 대항해야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정상성 중심의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언제 ‘정상’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타인을 타자화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나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존재 자체로 나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휠체어 탄 장애인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건물이 절대다수인 현실이 단순히 건물주의 장애감수성 없음으로, 성소자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한 광고판 게시 거부나 훼손이 몰지각한 일부 개인의 인권 의식 부재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상을 유지하고 그로 인한 차별이 가능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차별금지법이 모든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차별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시작이 될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면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장애인 차별이 사라진다고 해도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장애여성은 여전히 차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여러 개의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복합적인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개별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드러나고 있는 지금,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가 단지 문구로만 남는 것이 아닌 나의 삶과 일상 안에서 체화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며,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공적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칙을 세우는 법이고, 이 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국가가 헌법에 명시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이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 당장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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