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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전태일, ‘김순석 열사’ 동상·기념관 건립하라”

서울시장 앞으로 유서 남기고 떠난 김순석 열사, 36주기 추모제 열려
장애인 이동권·노동권 기리는 김순석 열사 동상·추모관 건립해야


김순석 열사 36주기(오는 9월 19일)를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4개 장애인단체는 18일 오후 12시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김순석 열사의 뜻을 기렸다. 또한 김순석 열사의 동상·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날 추모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규모로 치러졌다. 박준 문화활동가는 추모곡으로 이동권투쟁가를 불렀고, 참가자들은 김순석 열사 영전에 국화를 놓았다.

- 서울시장에게 보낸 다섯 장의 편지, 여전히 수취인불명

지체장애인이었던 김순석 열사는 지난 1984년 9월 19일 음독자살했다. 그의 나이 겨우 서른셋, 빼곡히 쓴 다섯 장의 유서를 품은 채였다. 유서는 당시 서울시장이던 염보현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또 우리는 왜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 (김순석 열사의 유서 중)

김순석 열사는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은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었다. 19살 서울로 상경해 금은세공 공장에서 9년간 성실하게 일했다. 공장장 자리에도 올랐다. 그러던 1980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에 쇠심을 심으면서 휠체어를 이용하게 됐다. 3년간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김순석은 다시 일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휠체어를 탄 김순석 열사는 인도로 이동하는 것도, 밥을 먹고 용변을 볼 때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시장 상인들은 그가 만든 금은세공품을 헐값에만 거래하려고 했다. 그가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순석 열사는 자신의 죽음으로 다른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 나아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서울시장에게 편지를 쓰고 죽음을 택했다. 36년이 지났지만 김순석이 겪었던 어려움을 장애인들은 그대로 겪고 있다.



- “김순석 열사 동상·추모관 건립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강조해야”

김순석 열사의 절규는 정부 실태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지만 현재까지 전국 저상버스 도입은 24%에 불과하여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버스조차 탈 수 없다.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 문턱이 높은 음식점, 관공서 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 셀 수 없이 많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3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서울거리에 턱을 없애주십시오’라는 말이 여전히 너무나 크게 와닿는다”며 “일부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특별교통수단이 생겼지만 없었던 게 겨우 조금 만들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커피숍, 편의점, 식당 등에 있는 작은 문턱으로 장애인은 들어 갈 수 없어 그 앞에 섰다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차별없는 사회로 가는 운동을 위해 김순석 열사 동상과 추모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태일 열사는 그가 일했던 청계천에 기념비가 세워져 지금까지 노동자 권리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턱을 없애달라고 외쳤던 김순석의 목소리는 이 사회가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거리의 턱은 중증장애인들에게 큰 장벽으로, 차별로 남아 있습니다. 턱 하나 때문에 장애인들은 함께 살아가기를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이 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하는 턱입니다. 이 턱을 없애기 위해 김순석 열사를 기록하고, 그것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차별을 없애는 운동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박 대표는 김순석 열사의 마지막 편지가 서울시장에게 도착한 만큼 서울시청 광장에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념관은 장애인연수시설이 들어설 어울림플라자로 제시했다.

이원교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김순석 열사의 유서에는 이 땅에서 처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장애대중의 절규와 사무치는 분노가 담겨 있다”며 “서울시청 광장에 동상을 세움으로써 ‘거리의 턱’이 이동권·접근권만이 아닌 장애인의 생존에 대한 투쟁임을 알리고, 그 외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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