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Home   >   커뮤니티   >   복지뉴스

복지뉴스

발달장애인 채용으로 기업 홍보하더니, 괴롭힘에는 모른 척?

“너 이제 몇 살이야? 서른한 살이 그렇게 해도 되냐?”

“너네가 무보수로 있는 거야?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할 거야?”
“어린애들도 같이 있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

“여기가 어린이집이야? 어린이집 아니잖아, 너 성인이잖아.” 

(발달장애인 직원들의 녹음 자료 중 일부)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기업을 홍보한 한 게임회사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장애인 직원을 상대로 1년여간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5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고용을 홍보에만 이용하고 정작 괴롭힘에는 무관심했던 게임회사 ‘웹젠’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웹젠드림’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웹젠드림’은 발달장애인 1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사내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고용의무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포함한다. 이를 통해 모회사는 고용부담금을 감면받고, 장애인 고용을 통한 이미지를 상승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린다. 웹젠드림도 장애인고용 성과를 인정받아 모회사인 웹젠이 ‘2019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서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노동자에게는 나쁜 기업이었다.

 

피해자 이 아무개 씨는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장애인고용공단 경기동부지사를 통해 3개월간 교육을 받아 2019년 웹젠드림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 이 씨와 함께 채용된 발달장애인 직원 10명은 웹젠 사내카페에서 4개조로 나뉘어 하루 4시간씩 근무했다. 운영 초기 파견된 직무지도원의 3개월의 근무가 끝난 뒤에는 팀장 1인과 매니저 2인이 업무지시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를 포함한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지속해서 괴롭혔다. 얼음을 3개 넣어야 하는데 4개를 넣었다며 구석진 방에 데려가 혼을 내기도 했다. 연차를 사용하려 할 때도 ‘연차 많이 남았다고 그렇게 게으르게 막 쓰는 거냐’고 지적해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담당 팀장과 매니저들은 이와 같은 시험문제를 9개 가량 제시하고 발달장애인 직원들에게 15분 안에 순서를 적도록 시켰다. 이미지 설명: <시험문제 예시> 1. 아이스 카라멜라떼 달게 약자 및 제조 순서를 적으시오. 2. 아래 음료에 필요한 에스프레소 총 수량과 몇 번 추출해야하는지 적으시오 -따뜻한 아메리카노2잔, 아이스 티 1잔, 따뜻한 카페모카 1잔, 아이스 바닐라라떼 2잔, 아이스 녹차 1잔, 아이스아몬드라떼 3잔 중 1잔 샷추가. 자료제공 장추련
 

그뿐만 아니라 매일 발달장애인 직원들에게 시험문제를 냈으며, 제한 시간 내에 풀지 못하는 경우 조회 시간이나 단체카톡방에서 공개적인 질책을 했다. 팀장과 매니저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다른 형태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들은 직원들에게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오전 10시에 모두 전화를 받고 시험 문제를 풀게 했으며, 근무시간과 상관없는 시간에도 외출하지 못하게끔 전화로 반복해서 보고하도록 했다. 

 

피해자들은 진술을 통해 ‘꼴 보기 싫다고 하셔서 저 울었어요’, ‘잘하고 있는데 자꾸 저 때문에 수명이 준다고 그래요’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발달장애인 직원 중 한 명이 퇴사하고 일부 직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자, 피해 직원의 부모들이 관리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과하는 대신 “여기가 학교냐, 부모님이 관여하실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괴롭힘이 1년이 넘게 발생했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피해 직원의 부모가 웹젠드림의 대표를 만나려고 했지만, 팀장이나 매니저가 이를 저지했다. 

 

결국 피해자와 부모는 웹젠드림의 대표와 담당 팀장 및 매니저들을 차별진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연계하고 사후 발생하는 차별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역본부 본부장도 함께 진정했다.

발달장애인 피해 당사자 이 아무개 씨의 아버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피해 당사자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회사가 일거수일투족 통제하고 상상 이상의 학대를 하는 걸 알게 되어 경악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정부의 지원이 있는 제도인 만큼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박세나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는 “저도 예전에 내방역에서 딤섬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잘렸다. 제 장애도 잘 모르고 함부로 대하고 월급을 깎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라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첫째, 월급을 맘대로 깎는 직장은 안 된다. 둘째, 장애인을 차별하는 직장은 안 된다. 셋째, 나에게 욕하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직장은 안 된다. 나쁜 직장은 없어져야 하고 나쁜 사장은 꼭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보다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가 제공되고 있는지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인권적 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여전히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는 장애인을 취업시켜줬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가지고 고용하는 현실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피진정인들의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 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역을 향해서 표준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 신속한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에 따르면 장애를 이유로 직장 등에서 장애인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