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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없는 정부 개정안에 시민사회 분노

형법 개정안에 ‘낙태죄’ 그대로…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 허용
“‘사회경제적 사유’에 우생학적 사유 포함될 가능성 커”… 장애인 차별 여전해
정부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중지 처벌 내용을 담고 있어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상 자기낙태죄 조항 제269조 제1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인 제270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해당 조항들은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되어야 한다. 이에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오늘(7일) 각각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두 낙태죄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낙태의 허용요건’ 조항을 신설했다. 신설된 조항에 따르면 임신 14주 이내의 임신중지를 허용하며, 임신 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의 임신중지 사유를 비롯해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기존의 낙태죄 예외조항이 삭제되고 의사의 임신중지 시술 거부권이 추가됐다. 

 

이에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SHARE(아래 셰어)는 7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형법 낙태죄 개정안은 새로운 낙태죄 법안이라고 규탄했다. 셰어는 “개정안을 통해 임신중지를 ‘죄’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여성을 처벌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신설 조문에서 밝힌 임신 14주, 24주 등 주수에 따른 지원 및 처벌 기준은 국제 권고에 맞지 않을뿐더러 다른 국가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중지를 하게 될 시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셰어는 “이러한 제한 방식은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여성을 자신의 신체에 관한 결정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상담 등의 조치를 통해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담의 내용과 원칙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셰어는 “‘상담사실확인서’의 발급 절차와 제한들에 대한 규정만 가득한 개정안은 정부가 상담을 오로지 임신중지 사유를 충족하는지 확인할 용도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추가된 ‘의사의 임신중지 시술 거부권’도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헌재의 결정취지를 존중해 신념에 따른 진료 거부를 인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셰어는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의사의 거부권을 명시함으로써 임신중지를 원하는 이가 상담기관을 전전하며 의료기관을 찾아 헤매야 하는 문턱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 상에서 규정된 임신중지 사유도 그대로 인정되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비판받아온 ‘우생학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절’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장애여성공감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 우생학적 사유가 담긴 조항이 삭제되었지만, 사회경제적 사유로 장애아에 대한 낙태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우생학적 사유가 유지될 것”이라며 “우생학적 사유를 허용해온 기존 관행에 대한 그 어떤 평가나 반성도 없이 국가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 수렴기간은 모자보건법은 오는 20일, 형법은 11월 16일까지다. 한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내일(8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낙태죄’ 개정 입법예고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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