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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빈곤 외면하는 정부에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못 보는가? 안 보는가?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를 외치며 코로나19 속 외면당하는 상황을 알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매년 빈곤철폐의 날에는 빈곤에 처한 사람들이 함께 연대해 퍼레이드를 펼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퍼레이드를 열 수 없었다. 그 대신 16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1017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아래 위원회)의 주최로 소규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불평등 강화를 막기 위한 ‘가난한 이들의 코로나19 요구안’을 발표했다. 

 

- 재난에 더욱 취약한 장애인, 연이은 죽음

 

코로나19로 인해 집단거주시설의 취약성이 더욱 드러났다.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청도 대남병원의 폐쇄 정신병동이었다. 그 뒤로 장애인시설, 요양병원과 같은 노인과 장애인이 사는 집단거주시설에서 집단 감염·사망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이틀 전(14일)에도 부산 북구 만덕동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53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장애인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계속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집단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코로나19가 의심되지 않아도 갇혀있어야 한다. 중증장애인들은 이 재난의 시기에 더욱 약자가 되어가고 있으며, 힘없이 죽어가고 있다”라며 재난 상황일수록 집단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월과 6월, 돌봄이 가중된 상황을 견디지 못한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서울에서는 세 명의 발달장애인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추락사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지난 두 달간, 창문만 바라보며 바깥에 나가자고 보채던 발달장애인들이 6층, 8층, 9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안타깝게도 무엇이 그들을 창밖으로 발을 내딛게 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폐쇄된 공간에서 머무는 것에 힘들어했던 것만 알고 있다”라며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면 곧 회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열 달 동안 자녀들은 발달이 퇴행하고, 자해하고, 괴로워하다가 숨졌다. 제발 재난의 상황에서도 자녀들이 숨 쉴 수 있도록 공공의 공간을 확보해달라”라고

 

- 집에 머물라면서… 집없는 홈리스 내쫓고 주거대책도 마련 안 해

 

정부는 시시때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지만, 홈리스들은 갈 곳을 잃으면서 거리두기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이들에게 주거대책을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코로나19를 빌미로 강제퇴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5월 코로나19와 민원을 핑계로 심야에 부산역 대합실을 폐쇄했다. 용산역 부근에서도 노숙인 텐트촌 출입구가 막혔으며, 서울역사 내에서 홈리스들이 쉬던 의자도 폐쇄되었다. 서울역 광장에 있던 홈리스들의 물품은 어느 날 갑자기 철거됐다. 로즈마리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홈리스들은 스스로 방역을 할 힘이 없다. 과밀한 주거를 나눠 쓰는 홈리스에게는 소설과 같은 이야기”라며 “홈리스에 대한 강제퇴거와 공공시설 이용제한을 중단하고 임시주거 정책을 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소는 대부분 민간의 ‘자원봉사’로 운영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절반 이상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서울역의 ‘따스한채움터’ 무료급식소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전자식 회원증을 도입했다. 홈리스들은 급식 한 끼를 먹기 위해 신분증, 사진 촬영, 노숙이력 확인 등을 거쳐야만 한다. 로즈마리 학생회장은 “밥 한 그릇 먹으려는데 이런 요구는 더럽고 치사하다. 주민등록말소자나 외국인 등은 ‘노숙인증’을 못 만들어 밥을 못 먹는다. 얼마 전 급식소에 700명이 모였는데, 300인분밖에 준비되지 않아 400명은 굶은 채 돌아가야 했다”라며 “존중받는 밥을 먹고 싶다. 이참에 자원봉사에 의존하던 급식을 벗어나, 서울시가 직접 급식 시설을 세워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라. 숟가락 말고 젓가락도 함께 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집회시위는 금지하면서 강제철거는 계속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집회와 시위는 금지되고 있지만, 서울, 대구, 평택 등 전국에서 강제철거는 계속 이어졌다. 집회금지를 이유로 철거민들의 집회신고는 반려되면서, 철거민을 쫓아내기 위한 용역들과 물대포 동원은 허가되기도 했다. 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 조직국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하라면서 ‘용역깡패’들은 여전히 개발지역을 침범했다. 구청에서 야간집행을 허용해 1박 2일 동안 포크레인과 중장비 기계들을 동원한 폭력이 가해졌다. 철거민들은 노동자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의 문은 닫혀있는데, 강제집행까지 더해지면서 쫓겨나고 있다”라며 철거민에 대한 퇴거·철거를 전면 금지하고 생계와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점상들을 향한 강제퇴거는 방역을 빌미로 더 강화하기도 했다. 서울시 마포구는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할 당시, 자발적으로 장사를 중단한 노점상 자리에 화단을 설치하고 보관소에 있던 마차를 강제로 압수해갔다.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은 “전국 곳곳에서  강제로 노점상들을 휴장시키거나 화단을 깔아 노점을 하지 못하게 하는 만행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던 시기, 동작구청은 새벽에 노량진역 앞 수산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구청직원 300명, 용역 300명을 동원해 포장마차를 기습 철거했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최 수석부위원장은 “노점상인들은 미등록상인이라는 이유로 2차 재난지원금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는 재난의 시기 모든 국민에 대한 보편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노점상인들이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 ‘착한 임대인’운동? 임대인에 세제혜택 퍼줬지만 참여율은 고작 1.4%

 

지난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상가 임차인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가 임차인이 감액을 청구해도 임대인이 응해야 하는 의무조항은 없다. 오히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자 ‘착한 임대인’이 되어달라고 건물주에게 사정하며 세금 감면혜택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참여율은 9월 기준 전체 소상공인 사업체 276만 개 중 약 1.4%에 불과하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영등포에 있는 한 건물주는 임차인의 재계약 시기가 오자, 보증금과 월세를 두 배 이상 올렸다. 26억짜리 건물을 사고 21억을 대출받은 건물주가 이자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기려 했기 때문”이라며 “상가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 데는 여전히 법적으로 한도가 없다. 지금도 이런 일들로 서서히 죽어가는 자영업자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더 어려워진 임차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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