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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환자’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 CRPS 환자, 장애등록 인정될까

지속적 통증으로 일상·사회생활 못하는데, 법령상 장애유형에 포함 안 돼 
올해 뚜렛증후군 환자 장애등록으로 가능성 주목… 장애계 “장애유형 제한 폐지해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아래 CRPS) 환자를 비롯해 많은 질환자들이 장애등록을 하지 못하자, 장애인들이 장애유형을 한정하고 있는 장애인 등록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박 아무개 씨는 얼마 전 장애등록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이동식 내시경 기계에 오른쪽 발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정형외과에서 상처부위의 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부종·이질통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했다. 결국 2017년 8월 CRPS 1형 확진을 받았다. 

 

CRPS는 신체의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박 씨의 경우, 환부인 발목에 극심한 통증이 계속 이어져 불타는 느낌의 작열통과 2~3일에 한 번꼴로 칼로 난자당하는 느낌의 돌발통을 겪고 있다. 이에 박 씨는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복부에 척수신경자극기를 삽입해 일주일 간격으로 신경차단술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통증 조절이 어려워 2019년에만 16차례 응급실에 내원했으며, 이 중 4차례는 NRS 통증평가 수치의 최대치인 10점에 달했다. 

 

이와 같은 극심한 CRPS 증상으로 박 씨는 일상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보행하기 어려워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목욕할 때도 돌발통이 생기지 않기 위해 뜨거운 물로만 약하게 샤워를 하고 있다. 출퇴근 또한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회사에서 조퇴와 결근을 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CRPS 장애로 인해 일상·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이 있음에도, 박 씨는 장애인으로서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CPRS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에는 총 15가지의 장애유형(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이 열거되어 있다. 따라서 CRPS, HIV, 알츠하이머 등 열거되지 않은 장애는 장애인 등록을 하지 못한다. 이에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유사한 장애유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을 판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뚜렛증후군에 대한 장애인등록이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5월, 뚜렛증후군 환자의 장애인 등록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도구’를 활용해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했으며,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또한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를 구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등록 가능한 장애유형이 확대되자 박 씨는 지난 13일, CRPS도 장애인으로 등록되어야 함을 밝히는 의견서와 함께 주민센터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신청인은 지속적인 통증에 따른 이차적인 관절 구축으로 인해 신체 관절의 일부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휠체어를 보조수단으로 이용할 정도로 보행과 일상적 움직임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극심한 돌발통은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과 유사하다”라며 “대법원 판례의 취지대로 지체장애나 뇌전증장애 판정기준을 유추적용해 신청인을 장애인으로 판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장애인연금, 장애인주차구역 차량표지 같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등록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CRPS, HIV와 같은 질환이 있는 분들은 여전히 장애등록을 하지 못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작년 대법원에서 장애등록 유형을 제한하지 말라고 판단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15개의 장애유형으로 한정되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장애등록 제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박 씨가 참여하기로 했지만, 극심한 통증으로 참여하지 못해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박 씨의 글을 대독했다. 박 씨는 “이 살인적인 통증을 견디느라 저의 어금니는 모두 금이 가고 부서졌다. 소득은 없고 각종 의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빠르게 줄어드는 통장잔액을 확인하다 보면, 장애인 대상의 도시가스 난방비 할인, 의료비 공제와 같은 적은 복지라도 받고 싶어진다”라며 “그러나 장애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이유는 단지 복지 때문만은 아니다. 아픈 몸을 ‘꾀병환자’, ‘마약중독자’로 보고 있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라며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경위를 밝혔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신청인의 장애가 인정되지 않아 병원에 갈 때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하지 못했을 텐데, 일상적 고통을 겪으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라며 “예전부터 15개로 장애유형을 한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었지만, 제대로 투쟁하지 못해 범위를 넓히지 못했다. 신청인이 통증장애를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낸 것에 감사하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으로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박 상임대표는 연지혜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주무관에 장애인 등록 제도 폐지 요구서를 전달했다. 한편, 장추련은 복지부와 장애유형 제한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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