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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병실 환경 개선’ 둘러싸고 정신의료계 vs 장애계 대립

  •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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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7 19:01
  •  
  •  수정 2021.01.07 19:08

복지부, 병실 면적 확대하고 병상 수 축소 담은 시행규칙 입법예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급속한 탈수용화로 부작용 발생” 반대
정신장애계 “비인권적 치료 환경, 방기할 것인가?” 분노

서울장차연 등은 작년 12월 31일 광화문 지하역사 해치마당에서 신아원 집단감염 긴급 분산조치를 위해 중대본에 코호트 격리 중단 결정을 촉구하며 긴급 농성에 돌입했다. 광화문 해치마당 앞에 설치되어 있는 텐트에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코호트 격리 당장 멈춰라!', '지금 당장! 긴급 탈시설 이행!'이라고 적혀있다. 사진 이가연

코로나19로 ‘거리두기’ 할 수 없는 정신병원·요양시설의 취약함이 드러나자,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해 입원실 병상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신의료기관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정신장애계가 이를 비판하며 시행규칙 이행과 함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긴급 탈시설을 촉구했다. 

복지부는 작년 11월 26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 대구 제2미주병원, 그리고 서울 다나병원 등을 언급하며,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 면적 확보, 병상 수 제한, 300병상 이상 격리병실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입원실 면적 기준 강화(1인실은 6.3㎡→10㎡,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6.3㎡) △입원실 당 병상 수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감소 △병상 간 이격거리 1.5m 이상 확보 △입원실에 화장실, 손 씻기 및 환기 시설 설치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 마련 등이다. 

이에 따라 신규 정신의료기관들은 규칙이 시행되는 3월 5일 이후 즉시 개정된 내용을 이행해야 하며, 기존 정신의료기관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기준을 충족하되, 해당 기간 내에는 입원실당 병상 수를 최대 8병상, 병상 간 이격거리 1m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복지부가 작년 11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로부터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정신의료기관 시설 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뒤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신의료기관은 의료법에 근거한 의료기관이지만, 시설 규격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시행규칙 기준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병실은 의료법상 병상 간 최소 확보 거리인 1m 기준조차 없어 좁은 공간에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당시 인권위는 “(이로 인해) 정신의료기관의 입원 병실은 침대 9~10개가 칸칸이 놓여 있고, 개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침대와 침대 사이에 겨우 서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구조는)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불안한 심리상태로 입원한 정신질환자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유발해 오히려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라고 지적하며, 시설 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 이어 복지부가 병상기준을 강화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정신의료기관들은 크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실효성이 전무하다”며 “정신질환의 특성상 병상의 간격이 기분상의 쾌적함을 넘어선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정신의료기관의 낮은 수가를 지적하며 “규제를 강행한다면 감염의 통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누구도 원치 않는 급속한 탈수용화로 인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신응급의료시스템의 붕괴, 급속한 탈수용화로 인한 지역사회 혼란, 정신병원 근무 의료인력의 대량 실직사태, 전공의 수련환경 열악 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하지 않을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시행규칙의 개정에 저항할 것임을 천명한다”라고 엄포를 내놨다. 

이와 같은 정신의료기관 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의료자본의 이윤창출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라고 비판하며 성명서 철회를 요구했다. 

송파정신장애인동료지원센터를 비롯한 13개 연명단체들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정신의료관련 단체들은 병상 간 이격거리 및 면적기준 강화가 감염병 예방에 비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며, 입원한 사람들의 기분상 쾌적함을 제공할 뿐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라며 “입법예고된 시행규칙과 관련해 적은 수가, 병실 급감, 종사자 인건비 등을 말하며 다시 자본의 논리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인격체가 아닌 ‘수가의 하나’로 치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명단체들은 복지부에 시행규칙과 함께 ‘긴급탈시설’ 이행, 지역사회 자립생활 확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시행규칙만으로 감염예방과 방역강화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입원 외의 특별한 대안이 없어 입원하게 되는 비사회적입원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치료 후에도 열악한 병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정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닭장 같은 정신병동’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저항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정 2021.01.0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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