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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부모상담, 과도한 서류가 상담을 방해한다.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 부모상담 지원 사업’ 안내 일러스트.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며 받은 상처와 부담, 대한민국이 따뜻하게 안아드리겠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장애아동 부모님, 심리상담으로 위로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문구 아래에는 정장을 입은 부모와 치마를 입은 여성 상담자가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복지로 일러스트 캡처. https://bit.ly/34bgDB9


이번 10월 말에서 11월 초 경에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주관으로 ‘발달장애인 부모상담 지원 사업’ 제공인력에 대한 비대면 교육이 실시된다. 지난번 보수교육에서는 생애주기별 부모의 장애 수용과 도전적 행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번 교육에는 상담에 대한 사례 발표와 슈퍼비전이 제공될 것이라고 한다. 사업 초기부터 참여했던 ‘제공인력’으로서 그간의 아쉬움과 불편함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간단히 적어보려고 한다. 발달장애인 부모상담 지원사업이 지속해서 탄탄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상담형식은 계속 바뀌는데… 상담 기록하는 ‘필수서류’는 바뀌지 않아

 

원래 발달장애인 부모상담 지원 사업은 당시 발달장애 자녀의 장애를 수용하는 일과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 부모와 조부모가 ‘동반자살’(장애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자살)을 선택한 사건들에 대한 대책으로 시작된 서비스였다. 따라서 2013년 연구보고서를 쓰던 연구자들은 상담틀을 만들 때, 위기상담에 준하는 촘촘한 상담지원을 예상하고 무거운 상담을 다룰 수 있는 전문상담인력의 필요에 따른 체계를 제안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상담이라는 것은 주로 각 상담 이론에 기반을 둔 사설기관에서 제공되는 것이었고, 그런 상담자들은 장애, 발달장애(지적·자폐성장애)에 대한 이해가 적었다. 가족, 부모와 부부의 문제가 가진 무게를 이중, 삼중으로 다루는 연습이 충분히 된 상담자가 부족하였다. 더하여 공적인 복지서비스 체계의 복잡한 서류 절차를 받아들이고 이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외국의 사례나 정연한 절차에 따른 중재전략이 현장에 와닿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마음과 몸이 바쁜 부모들은 자녀를 맡기고 상담실에 정기적으로 오가는 일을 해낼 여유가 없었다. 2개월 이상을 지속하지 못하면 상담서비스가 중단되고, 이후 2년간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페널티가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래서 부모심리상담지원이라는 것을 들어본 부모와 이를 시행하는 기관이 적은 상황은 자연히 계속되었다.

 

2016~2017년에야 발달바우처 제공기관에서 일정한 상담 자격을 가진 인력이 상담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미술치료와 집단 상담, 부부와 가족 전체 상담도 가능해졌다. 접근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원래 목표한 것보다 가벼운 활동기반 프로그램에 가까워졌다. 이에 따라 ‘심리상담서비스’라는 명칭이 슬쩍  ‘상담지원’으로 변경되었다. 보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가 서비스 지원을 맡는 것이 해결책이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기나 했었던가? 이 사업은 전국 사업으로 구현되어야 하는데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상담자가 없는 곳이 여전히 많다. 게다가 너무 허술해서 허탈한 지점은 2014년 형식 그대로 여전히 필수 문서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치료 등의 도입으로 상담 형식은 바뀌었는데 이를 기록하는 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 월 16만 원의 상담바우처, 2년 받으면 지원 뚝…

 

무엇보다 이 상담지원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애부모들 자체가 그다지 힘 있는 내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삶은 일상이 재난이며 눈물과 근육의 긴장과 긴 한숨과 애매한 몸짓이 엉키는 현현하는 고통이다. 그 실제를 ‘정신화’하여 상담자에게 말로 잘 전달할 힘이 그들에겐 없다. 그들의 삶에 떨어진 ‘죽음보다 더 큰 위기’를 헤쳐나가느라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담자는 들리지 않는 그들의 말을 잘 알아주기 어렵다. 매 순간 상담은 흔들리고 방향을 잃는다. 그저 함께 부둥켜안고 우는 일이 태반일 수도 있다. 그래도 묵묵히 상담을 연장하여 2년을 버티다 보면 그제야 눈이 좀 열리거나 숨을 쉬게 되는 내담자도 있다. 결국은 지속적인 상담을 버틸 힘이 있는 ‘건강한’ 내담자가, 가족이 상담의 ‘이득’을 얻는다. 그러니 아마도 상담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상담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 상담바우처(월 16만 원)는 최대 2년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이후 2년간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왜 2년이 지나면 한동안은 다시 받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수혜’를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형평성’을 고려한 것일까? 중증발달장애 자녀를 둔 공황장애를 겪는 부모 한 사람이 다시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내년 하반기에 기간 제한이 풀릴 것이다. 그때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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